하면 될 수 있다고 믿고 움직인 2023년
2023년을 돌아보며 회고해 보았다.
이 글은 2023년 12월경에 작성되었다가 수정되어 옮겨진 글입니다.
올해 2023년은 내가 어떤 일을 하며,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야할 지 큰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던 한 해였다. 가장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많이 배우고, 깨지고, 성장할 수 있었다. 한 해를 돌아보며 잘 했던 점, 아쉬웠던 점, 성장한 점들을 정리했다. 사진은 침착맨을 좋아하는 내가 영풍문고에서 그냥 침착이라는 단어를 무작정 카메라를 들어 포착한 글귀다. 이제는 조금 더 침착하고 기민하게 행동하고 싶어서 공유한다.
2023년을 돌아보며
사람과 관계
나는 이웃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심이 많다. 이 때 공동체와 함께하면 더 빠르고 강력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공동체에 속하는 모든 개개인이 각자 가지고 있는 달란트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즐겁고 그게 삶의 목표이기도 하다. 올해는 크게 2가지 문제에 집중했는데 하나는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의 IT협업의 기회 부족으로 인한 커리어 불평등'이었고, 'IT 메이커들이 필요한 사람과 지원을 제 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래서 2023년 상반기에는 주도적으로 PARD 동아리를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계하고 만들었다. 그냥 단순히 동아리 모임을 만들고 싶었던게 아니었다. 진짜 치열하게 같이 고민하고 서로에게 직설적이면서도 진심어린 개인적인 관심을 보일 수 있는 공동체를 꿈꿔왔고, 현재 그렇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 이 가운데에서 무엇보다 각자가 하고싶어하는 것과 조직이 해야만 하는 것들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 개인의 욕구와 가치관, 호불호 등을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조직문화에 도움이 되는 책을 아무리 읽어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다만, 다양한 책들에서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진실하게 사람들을 대하며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대화하는 것을 계속 되뇌이고 행동하려고 했다. 그랬을 때 다같이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좋은 결과들을 이뤄내는 것을 알게 됐다.
디스콰이엇에 합류한 후에는, 가능한 한 매일 모든 메이커로그에 댓글을 남기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각자의 문제를 공유하는 메이커들에게 온라인에서라도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을 전하고자 했다. 오프라인에서는 PMCW23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호기심 많은 나는 그들이 어떤 문제를 왜 해결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자주 물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왔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필요한 사람이나 자료를 찾아 제공했다. 이 모든 것은 특별한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대학에서 배운 '배워서 남 주자'의 가치와 PARD를 통해 체험한 Pay it forward의 중요성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결국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거나 어떤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결국 서로에게 좋은 관계를 만들고 상호간에 많은 것을 주고받게 한다.
가족과 건강
어렸을 때부터 가족으로부터 많은 사랑도 받으면서, 가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로는 내 결정과 선택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어 감사했다. 이로 인해 내가 원하는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고, 지난 7년간 본가에서 보낸 시간은 불과 한두 달에 불과했다. 이제 서울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 것 같아, 만날 때마다 특별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어머니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거나, 안양, 여수, 장흥, 포항 등을 가족과 함께 여행하며 사랑과 존중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막내 온유 덕분에 가족 간의 배려와 존중이 더욱 깊어졌다. 온유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우리가 싸울 때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적어도 가족과 만나는 시간 동안은 더욱 감사함을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성장에 대한 욕심이 많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됐는데, 사실 그냥 숙박과 교통만 결제하면 가능한 일이었다. 전화 한통 하기, 결제 버튼 누르기가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정말 더 오래, 많이 성장하려면 몸도 건강해야 함을 알게 됐다. 올해 초에는 수영을 많이 다녔고, 헬스에 미친 친구들 덕분에 헬스 기구를 다루는 법과 운동 루틴도 알게 됐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하반기에는 잘 운동하지 못해서, 살도 좀 찌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수영하고 나왔을 때의 그 상쾌한 기분이 짜릿하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다시 열심히 운동하려고 한다.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나는 쉽게 살찌는 스타일인데, 운동하면 쉽게 근육도 붙고 살도 빠진다고 하니 그냥 헬스장에 가기만 해도 반은 성공할 것 같다.
예술과 문화
쉴 때도 일을 벌리는 타입이다 보니, 나에게 막상 큰 휴식기간이 주어졌을 때 조금 방황하고 헤맸다.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것들을 했을 때 편안하고 쉼을 얻는지 잘 몰랐다. 방에 누워 침착맨 무 편집본 유튜브 영상만 주구창창 보는데, 어느새 볼 것도 다 봐서 볼 거리가 떨어지면 디스콰이엇에 올라오는 글만 하루종일 읽었다. 그래서 가장 친한 친구들이 좋아하는 문화활동을 따라하고 즐겨보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3가지 재미있는 것들을 알게 됐다. 방탈출, 뮤지컬, 영화가 즐거웠다.
방탈출은 짧은 시간 안에 문제해결을 가장 짜릿하게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다. 테마도 다양하고, 주어지는 조건과 설정도 다양해서 재밌었다. 낯선 상황에서 일단 여러가지 단서를 발견하고, 약간의 창의성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게 내 성향과 딱 맞았다. 방탈출을 즐기는 경험이 내 문제해결역량을 기르는데에도 많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던져질 때, 일단 여러가지를 시도하고 짧은 레슨런을 통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극장과 소극장으로 나뉘어서 다양한 형태의 뮤지컬을 보러다녔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무대장치가 매우 화려해서 눈도 즐겁고, 귀도 즐거웠다.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하며 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감동과 메시지를 느낄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다. 다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자주 보러 가는 건 어려웠다.
영화는 원래도 좋아했지만 코로나 이후로 가격도 비싸지고, 영화관에서 보는 경험이 특별해진 시대가 되면서 내 기준에 재밌고 좋은 영화는 직접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을 즐겼다. 올해는 <오펜하이머>,<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너와 나>가 인상깊었다. <너와 나>는 아직 압구정 독립 영화관에서 개봉 중이지만, 곧 OTT로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그 흔한 사랑해라는 말을 이처럼 간절하고 사무치게 전하는 영화가 또 있을까"라고 이동진 평론가님께서 한줄 평을 남겨주셨다. 수학여행을 가기 전날 이뤄지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영화를 더 재밌게 즐기고자 독립영화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내년에는 무주산골영화제를 가볼 생각이다.
도전과 배움
변수도 많고 불확실성이 많은 시대에서 가장 기댓값을 높이는 것은, 직접 많은 시도를 통해 데이터를 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더 뛰어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 누구보다 먼저 추진력있게 실행하는 것은 자신 있었기에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래서 올 한해 감사한 결과를 많이 이뤄낼 수 있었다.
PARD라는 IT협업 동아리를 설립하여, 1년 만에 수천만 원의 운영 자금을 모으고, 1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단체로 성장시켰다. 또한 포항 소재 대학교를 졸업하신 IT재직자 분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를 위해 미친 사람들을 모으고자 노트북을 들고 운동장을 10바퀴 돌기도 했으며, 학교 동문회, 콜드메일, 컨퍼런스, 세미나 등을 통해 협업의 기회를 찾았다. 초기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수도권에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IT동아리들의 커리큘럼과 운영 방식을 조사하고 인터뷰하여, 우리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체계, 새로운 커리큘럼,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고 또 지난 해도 제로 투 원을 계속 반복하다 보니, 지표를 보다 덜 중요시 하게 됐다. 어떤 지표가 좋은 지표인지를 논의하고, 좋은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지표를 건드려야 할지를 토론하는 시간 마저도 내게는 아까웠다. 그래서 무작정 많은 시도를 통해 기댓값을 높이고자 했는데, 점점 복잡하고 리소스가 한정되는 상황에서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마주할 때는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디스콰이엇에 합류 할 때는 KPI와 같은 지표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을 배우고자 했다. 이를 위해 1-Pager 문서를 작성하여 이를 기반으로 소통하고, 팀원들의 의사결정의 방법이나 가치관들을 알고자 많이 대화했다. 믹스패널과 같은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묻고, 기존 노션에 작성된 여러 문서들을 살펴보며 왜 이런 결정들을 내렸는지를 익히려고 했다. 지표가 실제로 개선 되지 않았을 때는 빠르게 어떤 것들이 문제가 있었는지 솔직하게 공유하고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문화가 있어서 디콰와 내 성장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일의 방향과 태도
나는 호기심이 많은 탓에 이것 저것 분야를 건드리다 보니 어느샌가 잡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프로덕트 매니저, 프로젝트 매니저, 마케터, 컨설턴트, 서비스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경험해보고 관심을 두루두루 갖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큰 문제를 임팩트 있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함을 느꼈다. 이 때 한 가지 분야의 탑 1%가 되는 것과, 세가지 분야의 탑 20%가 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잡부인 나는 후자가 더 나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어떤 분야를 깊게 파볼지에 대해 올 한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배움을 통해 앞으로 일들을 하며 살아갈지 가장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먼저 20대는 고객의 문제를 가장 최전선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B2B 세일즈를 앞으로 큰 무기로 가져가고자 한다. 챌린저세일 책을 읽고 나서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나와 우리 팀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데, 심지어 돈도 벌 수 있다. 너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라는 사람의 강점이나 흥미 분야에서도 챌린저 세일즈를 하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상대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 내 인생의 가치관에도 부합했다.
특히 나에 대한 강점, 흥미, 조직적 사고 방식 등을 알 수 있었던 심리검사에서도 영업(세일즈)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전까지 한국에서 영업 하면 갖고 있던 나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내 스스로 갖고 있던 좋은 점들을 보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진심으로 재밌게 해보고 싶다. 그래서 올해 Box 2 Box클럽을 개설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국내 B2B 세일즈 커리어를 쌓아가고 계신 분들과 진심으로 교류하고, 각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이들이 보다 더 많은 이웃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돕고 싶다.
Just do it
올 한해 주체적으로 내가 행동하고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이 많았다. 특히 기록을 통해 누군가와 연결됨으로써 영감을 얻곤 했다. 이를 통해 글이 주는 힘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앞으로는 글을 자주 작성하고, 글을 통해 누군가의 문제 해결에 더 많은 도움이 되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justdoit.blog - 일단 하면 이뤄지는 이야기들을 찬찬히 써내려가도록 하겠다.
끝으로
마지막으로 어제 있었던 MBC 연예대상에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프로그램 PD님의의 말을 빌려 끝맺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태어난 김에 후회없이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